당사자 부모 이야기
- 청소년과가족의좋은친구들
- 2023년 3월 9일
- 3분 분량
안녕하세요. 경기도 평택에 사는 승환, 지환, 은환. 세 남매의 엄마 박혜선 입니다.
멋진 둘째 아들 지환이 덕분에, 오늘 “성장학교 별, 청년 오지환의 엄마 박혜선” 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우선, 우리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 해주시고 지속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제도적, 법적 지원 방안을 추진 해 주시는 김현수 교장 선생님, 별 선생님들, 그리고 지지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지환이는 위로 두 살 차이의 형과 아래로 열한 살 차이의 여동생이 있는, 저희 집의 둘째입니다. 지환이 엄마로써의 삶은 다른 두 아이의 엄마로써의 삶과는 사뭇 다름이 있었습니다. 제 눈에 보여지는 지환이의 시간 또한 다른 두 아이의 시간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36개월의 지환이를 병원에 데리고 갔을 때 의사선생님께서는 아이에게 할 수 있는 한 많은 수업을 해 주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지환이와 제가 앞으로 무엇을 헤쳐 나가야 하는지 막연하게도 감이 오지 않았었습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아이와 저에게 가장 힘든 점은 “다르다” 였습니다. 언어와 인지 치료를 위해 찾은 치료실에서는 ‘치료할 필요가 없는 아이와 그 아이를 데려오는 극성엄마’ 이었고 학교에서는 ‘특수반 아이와 그 아이를 교실수업에 밀어 넣는 염치없는 엄마’이었습니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 하는 그 상황이 바다위에 홀로 떠있는 섬처럼 외롭고 막막하였습니다. “다르다”가 그렇게나 무서운 단어였습니다. 하지만 지환이는 그냥 지환이 였습니다. 특별히 공부를 잘 하는, 혹은 예술적 재능이 있는 여느 아이들처럼. 지환이도 지환이만의 특별함이 있는 아이였습니다. 어려운 레고를 하룻밤 만에 뚝딱 만들어 내고, 사물의 위치나 변화를 가장 먼저 혹은 유일하게 알아내고, 상대방이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자기만의 특별함과 강점이 있었습니다.
그런 지환이가 스스로를 단지 “도움이 필요한 친구”라고 지칭하였을 때, 그때가 제게는 가장 막막한 순간 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여타의 일들과 생각들, 막막함에서 벗어나고자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가게 되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지환이는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IPP (Individualized Program Plan)즉 개인 맞춤 학습 계획을 통해 수강 하는 모든 교과에서 지환이 에게만 맞추어져 있는 학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뿐 아니라 목공수업, 도자기 수업, 요리수업에서도 지환이 만을 위한 학습 목표와 계획을 제공 받을 수 있었으며 이러한 수업계획과 일정은 한 학기에 두 번씩, 관계한 모든 교사와 학부모, 교감 혹은 교장이 참여한 가운데 공유 되었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이어 지역 Community College 또한 IPP학생들을 위한 전공과 들이 개설 되어 있어 고등학교 졸업 후 College를 통해 취업이 가능하였습니다. 진학과 진로, 취업이 연결되어 한 눈에 보이는 그 시점에 저는 캐나다에 몇 년 더 일찍 오지 못 한 걸 너무나도 후회 했습니다. 잘 갖추어진 시스템 속에 지환이의 영어만이 유일한 장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 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저의 너무나도 큰 오해였습니다.
저는 지금, 청년행복학교별, 청년 오지환의 모습에서, 그 아이의 살아온 어느 날 보다 가장 자신감에 넘치는 행복한 청년 오지환을 봅니다.
우연한 기회에 온 한국에서 청년학교별을 만나면서 지환이의 인생도 저희 가족의 인생도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습니다. 주말 아침 거실에는 예비 바리스타 오지환 청년이 부모님을 위해 내리는 커피향이 가득합니다.
집안 곳곳에 비치된 수제 비누 덕분에 가족들은 광채 나는 피부를 가지게 되었으며
풋살에서 득점한 이야기에 무뚝뚝한 지환이 아빠는 지환이를 위한 풋살화를 사러갈 준비를 합니다.
무엇보다, 오롯이, 지환이 혼자 살아 갈 미래를 꿈 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시스템에 따라가는 막연한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자신의 눈으로 몸으로 손으로 한 경험에서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 계획은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를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1년 안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아자라마에서 일을 하다가 몇년 뒤에 엄마랑 카페를 차린다. 이렇게요. 그리고 지환이 보다 먼저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고 실행해 나간 선배들이 멘토이자 롤모델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손에 잡히는 미래를 준비하는 오늘이 아이에게도 저희 가족에게도 행복한 하루입니다.
슬프고 막막하던 그 “다르다”는 이제 발전가능성이 풍부한, 앞으로 펼쳐나갈 꿈에서 특별함을 더 하여 줄 아이 만의 “독특함”이 되었습니다.
지환이와 같은 우리 아이들은, 각자마다 가지고 있는 그 독특함, 특별함을 키워준다면 이 사회의 당당한 한명의 구성원으로써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스스로 자립하고 정착 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이곳 대한민국에서 필요한 것은, 이 아이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사회 구성원으로써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그것을 구체화 하고 지원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일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학부모의 한 사람이자 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저는 "느린 학습자의 신경 다양성을 통한 자립지원 방안" 과 취업지원, 교육지원, 일과 취업을 위한 제도 및 법적 지원 이라는 오늘 다루어질 이 주제들이 너무나도 반갑고 감사합니다. 저 또한 오늘 그 누구보다 이 심포지엄의 열렬한 청취자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귀하고 절실한 자리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함께 하여주신 김현수 교수님, 성장학교 별 선생님들 이외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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